흑돼지가 맛있는 제주에는 이상하게도 돼지농장이 눈에 잘 띄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말고기 식당은 흔치 않은데, 말 목장은 어딜 가나 흔히 접할 수 있다. 차를 타고 제주의 내륙 산간 지역을 다니다보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을 자주 만난다. 크고 작은 목장들. 그 중 마방목지라는 명칭의 목장이 있다. 제주시 쪽에서 1131번도로[5.16도로]를 타고 제주국제대학교와 한라 생태숲을 지나면 곧 광활한 초원이 눈앞에 나타난다. 1131번 도로를 중간에 두고 양쪽으로 말 목장이 펼쳐져 있다. 좌측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차를 세우고 내려 본다. 스윽 둘러보니 참으로 넓다. 주차장 내 목장 울타리를 따라, 편안한 관람을 위해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 왼편 끝에는 높은 곳에서 목장을 전망할 수 있는 조그마한 전망대가 있다. 하지만 계단이 있어 휠체어는 이용할 수가 없다는 게 안타깝다. ⌜울타리 너머로 가만히 말들을 바라본다.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거나 머리를 흔드는 말.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로운 모습들이다. 강인한 다리와 근육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나 자신이 그 힘을 다 지니고 있는 것만 같다. 녹색으로 뒤덮인 초원 덕분에 눈이 참 맑아진다. 힘차게 달리는 말을 눈 앞에 그려 본다. 그리고 그 말을 타고 달리는 기분을 상상해 본다.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 . . . .내가 저 초원을 숨이 차도록 달리고 싶다는 게 진심이다. 강인함. 힘. 평화. 여유. 느긋함. 선함. 맑음. 청명. 희망. 자신감. 목장을 보다보니 이러한 단어들이 생각난다. 더 깊이 생각해보면, 자신의 공간에서 풀을 뜯고 휴식을 취하고 빠르게 달리는 말들의 삶을 보며, 나는 나의 삶을 지금 어떻게 누리고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어둑어둑 해가 지는 들판을 바라보며 목장을 떠나기 전 드는 생각은, 광야를 달리는 말처럼 진심을 다해 내 삶을 살으리란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