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태우
대리석 다리 밑으로 하천이 있다. 구불구불 비바람에 소멸을 반복하면서 뻗어 내려간 것이 오래된 흔적이다. 하천 벽면에는 파란 야생화로 절벽을 이루고, 바위 위로 만개한 벚꽃이 아름답게 했다. 옹달샘을 만든 하천 바닥에 속살을 드러낸 저! 많은 바위와 돌들이 어디서 나왔는지? 꺾이면서 수석처럼 울퉁불퉁 튀어나온 바위와 돌들이 대견스럽다. 나이테가 새겨진 빛바랜 바위와 작은 돌 옆으로 잔가지가 쌓이며 너저분할 것 같은데, 누가 현무암을 깨끗이 닦아 놓은 듯이 반질반질하다. 건너편 다리 위로 달리는 차 소리와 사람 발자국과 말소리가 새소리처럼 경쾌하다.

시대가 변화되면서 하천을 진공상태로 놔둘 수 없었다. 하천 근처로 마을이 번창하며 인가가 늘어나게 됐다. 도시개발과 문화의 확산으로 국지성 집중 호우에 빠른 유속으로 하천이 넘치듯이 흐를 때 둑이 허물어져 돌이 구르며 떨어지거나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해 다듬어 놓은 원형이나 각 돌로 제방을 쌓아 올린 것이 높은 성곽을 연상시키게 한다. 계곡을 이루듯이 굽이치며 밑으로 뻗어 내린 현무암이 꿈틀거리는 듯한 하천은 마을을 의롭게 하자는 뜻을 지닌 이도이동인 수운근린공원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다. 제주의 관문인 항구로 흐른 산지천 하류, 바위 밑에 샘이 솟는 구명이 있어 어떠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아 탐라국 도읍이나 무역항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한라산에서 발원하여 한라산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산지천(山池川)이 3한4온이 없어지면서 강수량 부족으로 건천(乾川)이 되었지만, 산이 높아야 바다가 깊듯이, 옆과 앞으로 높은 건물과 넓고 긴 다리처럼 하천이 넓으며 깊다.
예전부터 하천을 좋아했었다. 경기도 북한강을 지나 강원도 시냇물이 흐르는 골짜기 옆에서 숙박을 하고 아침에 하천 둘레를 운동 삼아 걷다 보면 숲속에 와 있는 생각이 들게 했었다. 결혼하고 하천이 있는 옆에 집을 사고 싶을 정도로 좋아했었다.
유년 시절 ‘하천’하면 없는 게 없으며 푸지단 생각이 들어 썼다. 놀이시설이 부족할 때였다. 하천에 나가 옹달샘을 징검다리 건너듯이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붕어, 잉어, 개구리를 잡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했다. 많고 많은 수생동물 중에, 유리병에 담은 하천 올챙이 아쿠아룸이다.
한여름 뙤약볕에 하천에서 멱을 감다, 지루해지면 매미 잡기 위해 산속을 헤집고 다니다, 목이 말라 웅덩이가 고여 있는 곳에 푸른 고사리 잎을 여과기로 띄워 그 위로 입대고 마시면 어떠한 물과도 비교할 수 없이 시원하면서 달콤했다.

어른들은 하천을 '냇창'이라 불렸다. 많은 비가 내린 후 빗물이 하천을 넘칠 듯이 빠른 속도로 흐를 때 사람들은 냇 터졌다고 하셨다. 내가 터진 옆에 서 있으면 신기하면서도 겁이 났다. 거세게 흐르는 하천 멋지면서도 길 위로 넘칠 것 같아서였다. 하천 옆 나무가 비바람에 뿌리째 뽑혀 쓰러지거나 부러진 것만으로도 무서워서 자연재해라 생각했었다.
하천 생태계는 예전만 못하지만, 계절에 따라 피는 꽃과 나무로 조림(造林)이 되어 삼림욕과 산책로로 지리산이나 한라산 피톤치드 효과는 같다. 벚나무, 조밥나무, 동백, 소나무 제주도 천연기념물인 단팔수 나무로 하천 수림이 조용히 앉고 싶게 한다.
하천 옆이나 위로 시멘트다리나 아스콘도로가 생기기 전, 초록이 무성한 하천 길에는 메뚜기 같은 풀벌레나 맹꽁이, 매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가다 보면 사랑의 열매처럼 생긴 찔레꽃 열매, 탐스러운 붉은 산딸기, 천사의 나팔을 상상하게 되는 희고 노란 인동초 꽃을 뜯어 빨면 달콤하면서 향기로 왔다.
제주에는 강이 없지만, 마을마다 하천 한두 개 보게 된다. 하천 쓰임새도 다양했었다. 지금은 밭에 수도관을 설치하여 물을 주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저수지 역할을 하는 농업용수, 수도가 없을 때 식수로 사용했었다. 또한 마을을 요충지처럼 송담천이 군사들이 진지로 삼았다는 기록도 있다.
마을 지명을 상징하는 산지천, 별도천. 윌대천, 무수천, 쇠소깍, 강정천, 등. 장마철에 홍수 방지와 휴양지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 관광자원으로 한 몫을 하고 있다. 암벽이 절경을 이루며 길게 뻗어나간 하천이 질곡이 세월로 지형과 암석이 변화를 가져왔다. 풍화작용으로 모양이 난 절벽과 암석들이 우리들의 삶과 비슷해 보인다. 무료할 때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내는 하천을 보거나 걷고 있으면 정쟁이나 경쟁으로 식상해진 일상을 잠시 잊게 한다.
*위 글은 2021년 6월에 작성한 것입니다.
이후 관광지 정보가 변경되었을 수 있으니 여행 전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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